2009년 2월 14일 토요일

연고이전에 대한 소견.

 솔직히 내가 연고이전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할 입장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지하는 소위 성남이란 팀도 천안을 버리고 연고이전을 감행한 팀이니까. 뭐 서포터들이 연고이전을 어디로 할까 하고 재기도 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뭐 모든 서포터들이 그랬으랴 싶기도 하고. 여튼, 이런 내가 연고이전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건 어찌보면 정말 웃기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래저라 하고 싶은 얘기기도 하고 해서 어렵게 꺼내본다.

 각 스포츠팀은 지역의 지지를 받고 커간다. 아랍의 돈이 넘실대는 EPL이나, 선수 한명의 연봉이 몇백억, 몇천억을 넘어가는 MLB나, 축구리그의 모범이라고 평가받는 분데스리가나, 모두 지역의 지지 아래에 커왔고, 지금도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돈 많은 구단주가 팀을 사서 그 팀에 말도 안되는 투자를 하는 경우가 근래들어 잦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연고는 아직까지 모든 스포츠팀의 뿌리가 되어주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연고이전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야구단같은 경우만 봐도 우리히어로즈의 서울연고진입시도(결국 해냈지만 모기업이 손을 놓아버리면서..)나 과거 자행되었던 이러저러한 연고이전 사례들. 그리고 축구판에서는 GS와 SK, 그리고 나의 지지팀 일화의 연고이전사례등. 무수한 연고이전들이 자행되고 있다.

 그 뿌리는 전두환 정권시절 대충만들어진 리그에 있다고 본다. 야구, 축구 모두 제대로 된 구장 하나 없이(특히 축구. 1986년때까지 국가대표팀은 잔디구장이 아닌 흙구장에서 연습을 했다고 함. 그만큼 척박하기도..)3S정책의 일환으로 실행된 리그는 지역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뒷받침 되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업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딱히 연고의식조차 없고, 뭐 그런?

 본격적인 연고의식이 정착되었던건 1996년이라고 알고 있다. 수도 공동화 정책을 통해서 그당시 서울에 있던 유공, LG, 일화등의 팀이 각각 부천, 안양, 천안 등으로 내려갔고, 수원이 창단되고 하면서 연고지가 정착된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전에는 유랑구단마냥 이곳저곳에서 경기하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이래저래 연고의식이 싹을 틔워가던 즈음, 자랑스러운 나의 지지팀 일화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시의 열악한 지원이나 후진 경기장 등등 별의별 이유를 다 대지만 나의 지지팀이 한 일은 패륜짓이 맞다. 아무리 뭐라고 웅얼거리고 중얼거려봐야 살인을 살인이라고 판명내지 않을수는 없는것 처럼. 뭐, 그래, 좋다. 우리팀이 천안에 있었을때는 암흑기고 경기장에 관중도 안왔다고, 경기장에서 오밤중에 자동차 라이트 켜서 경기하고 나중에는 동전던지기로 결과 정하고, 뭐 등등, 별의별 변명들이 많긴 하다. 여튼 그래서 연고이전을 했다고, 골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안양과 부천의 경우는? 두팀 모두 K리그에서 내노라 하는 서포터즈를 지니고 있었고, 특히 안양은 축구도시라고 할 만큼 엄청난 지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떠나버리고 말았다. 더 큰 연고지를 향한 갈망이었을까, 뭐였을까.

 아..원래 하려고 했던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내가 하고픈 얘기의 골자는 연고이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뤄져서는 안되며, 만일 연고이전이 실행될 시에는 그에 따른 철저한 보상과 반성, 사과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나라같이 기업연고가 우선시 된 리그에서, 연고이전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다. 아직까지 구단의 수익에서 지지자들이 창출해내는 이윤은 얼마 되지 않고, 기업의 지원없이는 모두가 사라지고 말아버리는, 이런 구조속에서 연고이전은 더욱더 쉬워지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구조속에서 기업구단들은 연고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기업의 이익에 따라 행동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은 모든 스포츠팀은 연고지의 지역민들을 기초로 했을때 진정으로 수익을 내고 팀을 운영하고 팬들이 봐주러 오는 것이다. 롯데의 만원관중도, 수원의 그랑블루도, 처음은 지역민들의 사랑으로 시작된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이들 연고이전한 구단들이 오히려 정통성을 가질때가 아닌가 싶다. GS가 연고이전한뒤 있어온 기간이 안양에서 머물렀던 기간보다 길어질때, SK가 제주에서 머무른 기간이 부천에서 머물렀던 기간보다 길어질때, 더이상 북패와 남패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을것이다. 그 유명한 EPL의 구단 아스날도 연고이전팀이었단 사실을 아는가? 근데 지금 누가 아스날은 패륜이라고, Judas라고 부르는가?

 원래는 더 쓰고 싶은 말이 더 많았는데, 밤이 깊어져서 그런가, 점점 글쓰기가 힘들어지네.

댓글 10개:

  1. 성남도 별 3개 떼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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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천도 좀 그런게 정말 어이없게 연고이전을 감행했지만, 지금의 부천1995는 (구)부천의 모기업인 SK에서 자금지원을 받았으니까 할 말이 없어지고 그래 됐네. 안양도 지원금을 거절했으니 어쩔 수가 없고.



    연고이전은 싫지만 저런 일이 있으니까 뭐라 비난도 못하겠어 정말.-_-;;



    하지만 앞으로는 연고이전한 팀보다는 연고지에 뿌리박은 팀이 더 잘나간다는걸 보여주는 수 밖에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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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스날같은 경우는 100년간 까여온 걸로 기억을 ㅋㅋㅋㅋ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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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다르고 어 다른 경우긴한데 이건 구단의 최소한의 양심과 상도덕 문제라고 봄. 물론 연고이전은 철저하게 지양하고 막아야하지만 이미 엎어져버렸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도 사후 처리가 있어야하는데.. 어려운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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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68. - 2009/02/14 11:04
    나도 좀 떼고싶다 슈ㅣ벌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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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마토남 - 2009/02/14 19:47
    진짜?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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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띠용 - 2009/02/14 16:03
    그러게요.

    이런경우엔 약간의 딜레마가 생기기 마련이죠. 우리를 헌신짝처럼 버렸던 기업의 지원을 받아 팀을 만들어서 운영함으로서 어떻게든 팀을 꾸려나가느냐, 혹은 자존심을 지키느냐..



    일본같은 경우에는 가와사키에서 도쿄로 연고이전한 도쿄베르디가 죽을 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왜 연고이전한팀이 잘되는지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지역연고보단 기업연고가 더 심화되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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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megalo - 2009/02/14 21:12
    제가 알기론 LG에서 연고이전하면서 안양에 유스센터나 기타 지원들을 해준다고 약속했던걸로 아는데, 팀 설립지원문제를 떠나서 저런 것들을 해주기로 했다면 지켜야 되지 않나 싶어요.



    프론트가 개병맛이라 팬도 병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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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스날은 지금도 까이고 있고..



    GS는 언론플레이나 약속 같은거 하나도 안지켰고~



    한국특유의 문제로 보기 보단 그중에서도 축구란 종목이 지역밀착과 관련된 특수성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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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Blueshine - 2009/02/15 01:18
    아스날이 지금도 까이고있다니..역시 제 지식은 참 얕군요 =_=;

    뭐 GS언플은 뭐..굳이 말할 필요가 없죠ㅎ

    글쎄요, 전 모든 스포츠팀이 연고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축구뿐만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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