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8일 일요일

용산역.

 어제 근형님께 책 드리고 가는 길에 운 좋게 형님 차를 얻어탈 수가 있었다. 용산에 컴퓨터 사러 가신다길래 거기까지 가서 돌잔치에 가야겠다 싶어서 같이 갔었다. 내려서 홀로 컴퓨터 상가와 아이파크 몰을 거쳐 버스를 타러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파크 몰에서 길을 건너 가는 길에 보니 뭔가 빨간 불빛이 아른거리는 듯 했다. 뭐지, 하는 마음에 봤더니..그곳은 다름아닌 창녀촌이었다. 동대문서였나, 어디 서장이 장안동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과정에서 성매매 단속 시너지를 일으켜 대부분의 창녀촌이 문을 닫은 줄 알았더니 그곳은 왠일인지 살아있었다. 평소에 여기에 그러한 곳이 있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내 눈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뭔가 신기하다는 감정보다는, 소름이 끼치고 기분이 더러웠다. 소위 몸파는 직업여성들에 대한 더러움과 같은 감정이 아닌 뭔가 잘못 되었다 싶은 이 사회에 관한 감정이었다. 틀림없이 길 건너, 아니 굳이 길을 건널 필요도 없이 그곳에서 역쪽만 바라보아도 거대한 아이파크몰이 버티고 있었고, 그곳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선 일반인(?)들이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길을 가고 있었다.

 

 저 화려한 아이파크 몰, 그리고 조금만 길을 가면 널려있는 고층 빌딩들, 아무일도 없는 양 행복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그 이면, 어두운 곳에는 저 건너편에서 길을 가고 있는 아가씨들과 아무런 차이도 없는 직업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들이 몸을 파는 곳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아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걷고있었다.

 

 물론 직업여성중에도 자신이 원해서 파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도 얼핏 듣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직업여성들은 인생 최후의 보루에 몰려서 어쩔수 없이 자신의 몸을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곳과 으리으리한 건물들이라니. 왠지 현재 한국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듯 하여 기분이 많이 씁쓸했다.

 

 덧.용산역에서 좀만 더 내려갔더니 참사의 현장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더욱 씁쓸했다.

댓글 7개:

  1. 거길 거의 매일 왔다갔다하던 나의 일상도 있었지......그래서 더 그 일상이 묘했던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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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산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를 보고 빡쳤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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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파란거북 - 2009/02/09 16:10
    전 거기 지나가는것도 좀 많이 껄끄럽던데..

    왠지 참..씁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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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퓨퓨비 - 2009/02/09 22:08
    ㅇㅇ 사실 난 너 문자 받기전에 알곤 있었는데

    씁쓸한 감정을 넘어서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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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뭐.. 거기만 있는게 아니니..



    찾아보면 이곳저곳 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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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lueshine - 2009/02/11 00:23
    다른곳도 많긴 하던데 용산만큼 적나라 할까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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