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7일 화요일

본격적으로

 긴장되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한다. 입대전의 남자들이 미친듯이 긴장하고, 후회하며, 떠는 시기. 난 그 시기를 보내고 있다. 놀때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편하게 놀아버리지만, 막상 모든게 끝나버리면, 그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머리가 텅 비어버린 마냥, 시간이 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될까.
 
 2달전에는, 누구나 가는거 편하게 가면 되지. 라는 마음을 먹고 지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게 잘 안된다. 언제 수능치지 하면서 가슴졸였던 고3과 재수시절에, 정말 수능치는 날이 올거 같지도 않았는데, 눈을 감고 떠보면 난 수능을 치러 가야하고..그때와 똑같다고 해야될까. 온몸에 소름이 마구 돋고, 춥지도 않은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떨고 있고. 잠자는 시간은 점점더 짧아만지고.

 예전에는 새벽 1시쯤 되면 졸려서라도 이불깔고 누워있었는데, 요새는 새벽 3시반까지 그냥 아무일도 안하고 그대로 있는 것이 예사처럼 느껴진다. 그럴수록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잠이 줄고. 사회에서 1분 1초라도 더 있고만 싶어하는 내 몸 최후의 발악인가.
 
 다음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리그의 개막, 새로운 학기, 개강, 개학, 복학, 월드컵, 내가 빌린 책의 대출기간, 누군가의 생일, 마계대전..한동안은 내 인생에 없을 것들이다. 무심코 드라마 예고를 보고 있는데 시작시간이 내가 입대한 후거나, 내가 책을 빌렸을때 들려오는 반납일이 내 입대후거나. 이럴때면 무심코 내가 입대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느끼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만나서 무언가를 하고, 하고 싶은걸 모두 다 해야하고, 이런 마음의 부담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어머니 말씀대로 훌훌 털어버렸으면 참 좋으련만, 난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

 

댓글 12개:

  1. 털어 털어. 1년6개월 후의 너의 모습을 생각하면 금방 털어질꺼임. 그게 긴거같지만 나름 짧은시간이거덩.ㅇㅇ



    물론 안에선 고생바가지겠다만..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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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긴장하지말어 ㅠ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생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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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주일 남으셨군요.긴장되는 순간이죠. 마음의 여유도 없구요.



    조금 새로운 곳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PC방도 다 있고 그렇게 단절된 곳은 아니랍니다. 군사훈련 유학즘 간다고 생각해 두시는것도 좋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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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띠용 - 2009/02/17 00:57
    1년 10개월이요 ;ㅅ;

    뭐 요샌 거기도 사람사는곳이니 설마 죽어서 나오진 않겠쬬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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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egalo - 2009/02/17 12:19
    그래야죠 ㅎ

    정신차리고 나면 제대?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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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구운소금 - 2009/02/17 13:57
    근데 한동안 피시방을 못쓰잖아요 ㅠㅠ



    군사훈련유학 안가면 안될까요?ㅠㅠ 전 군사훈련 별로 안좋아하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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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요즘은 캠프더라. 병장이 식판들고 뛰어다니고.ㅋㅋㅋㅋ



    잘 다녀와. 아님 형처럼 필름이 끊긴채로 들어가는 것도 좋다. 형은 필름끊겨서 어떻게 갔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고.. 입대 2시간전에도 술먹고 들어가서 제정신이 아니었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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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Blueshine - 2009/02/18 00:02
    고량주라도 한사발 들고 가야되나요 이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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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퓨퓨비 - 2009/02/20 11:29
    그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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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남자들의 그 기간은 마치 여성이 강간 당하듯.

    남자들의 정신세계를 쑥대밭을 만들어 버리죠.......

    뭐 저도 남자니 그 감정이 정확치는 않지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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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어찌할가 - 2009/05/14 22:39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겠죠

    뭐 심히 공감은 하지만 말이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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