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한다. 입대전의 남자들이 미친듯이 긴장하고, 후회하며, 떠는 시기. 난 그 시기를 보내고 있다. 놀때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편하게 놀아버리지만, 막상 모든게 끝나버리면, 그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머리가 텅 비어버린 마냥, 시간이 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될까.
2달전에는, 누구나 가는거 편하게 가면 되지. 라는 마음을 먹고 지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게 잘 안된다. 언제 수능치지 하면서 가슴졸였던 고3과 재수시절에, 정말 수능치는 날이 올거 같지도 않았는데, 눈을 감고 떠보면 난 수능을 치러 가야하고..그때와 똑같다고 해야될까. 온몸에 소름이 마구 돋고, 춥지도 않은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떨고 있고. 잠자는 시간은 점점더 짧아만지고.
예전에는 새벽 1시쯤 되면 졸려서라도 이불깔고 누워있었는데, 요새는 새벽 3시반까지 그냥 아무일도 안하고 그대로 있는 것이 예사처럼 느껴진다. 그럴수록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잠이 줄고. 사회에서 1분 1초라도 더 있고만 싶어하는 내 몸 최후의 발악인가.
다음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리그의 개막, 새로운 학기, 개강, 개학, 복학, 월드컵, 내가 빌린 책의 대출기간, 누군가의 생일, 마계대전..한동안은 내 인생에 없을 것들이다. 무심코 드라마 예고를 보고 있는데 시작시간이 내가 입대한 후거나, 내가 책을 빌렸을때 들려오는 반납일이 내 입대후거나. 이럴때면 무심코 내가 입대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느끼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만나서 무언가를 하고, 하고 싶은걸 모두 다 해야하고, 이런 마음의 부담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어머니 말씀대로 훌훌 털어버렸으면 참 좋으련만, 난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