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8일 수요일

문득 생각났던 예전

 megalo형의 글을 보니 문득 고3때 우리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가 생각난다. 얼마 살지도 않은 인생에서 어머니의 제일 슬펐던 모습을 보았던것도 그때였고, 아버지의 망연자실하셨던 모습을 보았던것도 그때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삼촌의 목소리가 그렇게 컸던것도 처음이었다. 맨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분위기 때문에 깨서는 형에게 조용히 물어봤는데 형이 해줬던 말도 나에겐 충격이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화를 받으시자마자 내려가시고, 형은 학원으로, 난 학교로 갔다가 야자도 안하고 집으로 와서는 그저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에서야 우리는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거창으로 내려갈 수 있었는데, 시외버스에서 내리고 난 다음 좀 걸어가서 뵈었던 할머니의 빈소는,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영정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직도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반겨 주실거 같은데, 할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을 다시 먹을수 있을것 같은데, 늘 걱정하시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거 같은데, 등등. 형은 믿을 수 없다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난 믿을 수가 없어서 눈물도 나오질 않았던 기억이 난다.

 

 차라리 그때 실컷 울고 기억을 털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아직도 그러지를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뭐랄까, 많이 씁쓸하다.

 

 

댓글 6개:

  1. 기억을 털어버리는것도 좋지만 기억을 남겨두고 마음속에 새겨두면서 꺼내고 싶을때 다시 볼 수 있는것도 좋아. 난 예전에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많이 사라져서 좀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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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띠용 - 2009/01/28 23:45
    좀 많이 생각나다 보니까요;

    전 시골 내려갈때마다 맨날 생각나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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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 영정 사진이라는게 참... 나도 영정 사진보고 울컥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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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메인짤이 맘에 드는 구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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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egalo - 2009/01/29 23:04
    전 솔직히 영정사진 보고도 다 긴가민가 하더라구요;

    실감이 안난다고 해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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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lueshine - 2009/01/29 23:31
    감사하빈다 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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