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음, 그러니까, 시사대담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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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주제는 블로그를 만들면 맨 처음 써야지 하고 벼르고 벼렀던 주제였는데, 막상 블로그를 만들고 나니까
너무 할 말도 많고 귀찮아서 팽개쳐 뒀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시사대담의 양대 축중 하나인 황봉알씨를 만나고 나니 갑자기 쓰고 싶어지더라(라기 보다는 디씨질을 안하니까 이렇게 글을..-_-).

내 가 이들을 처음 접한건 형 군대가기 3일전 12월 어느날이었다. 형과 같이 형 방에서 뒹굴 거리다가 문득 예전에 김구라가 황봉알이라는 다소 특이한 예명을 가진 개그맨과 함께 "시사대담"이라고 불리우는 프로그램을 했던 것이 기억나서 다운 받기로 하고 다운을 받았다. 사실 그냥 김구라가 예전에 "시사대담"이라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했었고, 그 옆에 지금은 거진 잊혀져버린 황봉알이라는, 다소 특이한 예명의 소유자가 같이 있었다는 사실 정도가 내가 시사대담에 대해서 아는 사실의 전부였다. 음. 근데 그 사실들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곧이어 밝혀졌다.

솔직히 충격과 공포였다. 그 동안 시사풍자 프로그램이라고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가끔씩 배칠수가 맛뵈기로 들려주는 것 말고는 몰랐던 나에게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충격과도 다름이 없었다. 더불어서 이들이 무수히 내뱉는 쌍욕과 그 방송의 저질성, 기타 등등의 요소는 나에게 공포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어떠한 악취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진다고, 이것들은 점차 그저 양념과 같은 요소로 바뀌어 나에게 돌아왔다.

곰 곰히 생각해보면 가족끼리 갔던 부산여행에서 형과 나는 아무말 없이 그저 이 방송만을 들으면서 부모님 몰래 킬킬 웃곤 했었다. 110화 노숙자의 비밀편을 들었을때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는 나머지 미친듯이 웃어대고 부모님께 의심도 받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다고 봐야겠지. 화목하게 담소를 나누며 나아가야 하는 가족여행에서 우리 둘은 그저 이 방송만 들으면서 킬킬댔다.
돌이 켜 보면 참 많은 순간을 이 방송과 함께 했다. 떨렸던 첫번째 순간(?)에도 난 이 방송을 들었고 군대로 향하는 형을 바래다 주면서 징징 짜던 순간에도 이 방송을 들었고 한창 향락의 제왕으로 나름 군림하던 시절에 여기저기 쏘다닐때도 내 귓속에는 이 방송이 계속해서 주입되고 있었다. 물론 재수생활을 하면서 극초반에 가장 많이 들었던것도 이 방송이었다.

늘 그렇게 함께 해왔던 방송이지만 듣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욕과 비속어가 상당히 많이 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조절 잘못인지 무엇이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사대담이 큰 역활을 했다고 나름의 추측을 하여 한동안 듣지 않았다가 요새는 다시 듣고 있다.

사실은 시사대담에 관한 분석을 야심차게 기획하고 이 포스팅을 준비했는데 쓰다보니까 참 서두가 길어졌다. 본론부터 들어가보자. 시사대담이라는 프로그램은 말빨은 좋지만 평생 무명(그당시에 김구라는 그랬다.)에 음악적 지식이 많아서 겨우 잡지에 팝송 칼럼을 쓰며 이래저래 살아가던 김구라와 동남보건대학교 안경광학과를 졸업해 개그맨과 안경사의 직업을 가지고 온갖 무명시절의 설움이란 설움은 다 겪으며 살아온 황봉알(본명 황원식)이라는 두 명이 만나서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물론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이라는 프로그램을 하기 전에 이들의 호흡은 프랑켄슈타인이나 엔터채널 등등 주로 성인용의 인터넷 방송에서 입증이 되었고, 딴지 일보도 이를 주시하고 이들을 데리고 와서 시사대담이란 프로그램을 진행 했던것 같다.

초 반에는 딴지일보 내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한다. 그당시 방송은 이들의 매니아인 내가 들어도 역겨울 정도이니. 정말 뭘 말해야 되고 뭘 말하지 말아야 되며 마초가 무엇이고 정말 쓰레기의 극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던 방송이라고 사료된다. 특히 2화에서 하리수에 관해서 얘기할때면 이들은 자신들이 이런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남발하며 쓰레기의 극이라는게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의 호흡은 점차 안정되어 가며 점점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아, 물론 냄비등의 비속어 남발은 끝까지 가지만.) 최소한 1화부터 10화까지의 약간의 저질이며 맘에도 없는 소리를 남발하는 방송은 지양하고 대신에 좀 더 신랄하며 어떻게 해서 무엇을 배치해야 웃기는지를 점점 더 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 할 거 같다.

이 들의 방송은 대략 2번의 절정기를 거치는데 그 중 하나가 20회 말기에서 50회 중기이다. 이때가 아마 오노 테러를 다녀 오고 이들의 방송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 시기였고, 이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매력을 발산해내었다. 김구라의 촌철살인적인 말빨이나, 황봉알의 지상파에선 보여줄 수 없는 개인기들, 그리고 간혹 시원하게 내지르는 욕설, 여기에 끼어드는 그들 주변인물(노숙자, 이우민, 조상범 등등의 그들의 개그맨 동기. 이들은 여전히 무명이다.)의 이야기들과 모든것이 섞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명작이라고 자평하는 15에 800이야기나, 오노테러에 맞서는 그들의 항변이나, 황봉알이 자신의 거주지역인 응암동을 욕해대는 모습이나. 모두 이 안에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부분에서 아직 그들의 정치적 풍자의 면모는 다 닦여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원색적인 모습으로 어필했다고 해야할까.

나머지 하나의 절정기는 80회말에서 120회 후반의 그들의 방송이다. 정확히 87회 황봉알의 무명시절의 아픈 과거에서 시작한 이들의 방송은 여러면에서 꽃을 피웠던 방송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이 무렵 터졌던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이나 여타 등등의 방송에서 이들은 정치풍자가 무엇인지를 정말 그들다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의 백미는 110화, 노숙자의 비밀일 것이다. (떤 버젼으로 들어보면 이게 아마 짤렸을 텐데 도대체 그 이유는 나도 뭔지는 모르겠다. )노숙자가 왜 그동안 그렇게 침체되어 왔고, 사람이 여자를 잘못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방송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자평하고 싶다.

하지만 이들의 방송은 130화 중반에 다다르면서 매너리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부터 슬슬 공중파의 영역으로 진입하던 김구라와 공중파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명성을 획득한 황봉알은 예전의 날카로운 모습과 소위 음지 정종철이라고 불릴만한 그의 다양한 개인기들이 이 부분에 들어서면서 점차 죽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들의 해체는 여기서부터 예견되었다고 봐야 할 지도 모른다. 이들은 이 부분에서 부터 점차 서로에 대해서 떨어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같았으면 김구라가 잘 받아줬을 개그도 이맘때는 점차 그게 뭐냐고 서로 툭탁댔고, 더불어서 황봉알은 김구라가 공중파에 들어섰다는 이유인지, 뭐인지는 잘 모를 이유로 점차 김구라를 더욱더 심하게 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방송에서 나름의 백미였던 연예인 뒷담화도 이 부분에서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들이 점차 많은 연예인들과 만나고 그 사이에서 인간적인 접촉을 하던 때가 아마 이 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튼, 이 무렵부터 이들의 연예인에 대한 뒷담화는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뭐, 이래저래 보내다가 그들의 방송은 결국 176화 고별방송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요새 정국을 보면 가끔씩 그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은 참 헤어질때를 잘 알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들의 방송을 그 매너리즘이 가득한 상태에서 계속 질질 끌어갔다면 아마 그들은 안 좋은 이미지만 남기고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안좋은 상황으로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P.S:아, 원래 김구라랑 황봉알은 별로 사이가 안 좋다고 한다. 그들의 취향은 야구에서만 동일했지 나머지 부분에서는 거의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이러한 모습은 서로가 서로를 까대는 방송에서 조차 간혹 존댓말을 쓰는 부분에서 조금씩 확인할 수 있다.

P.S2:현재 김구라는 정상급까진 못되도 A급 MC와 패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고, 황봉알은 여전히 늘밝은 안경원에서 주중에는 방송과 행사를 뛰고 주말에는 안경을 닦고있다. 내가 만나고 와서 잘 안다. 노숙자는 뭘 하는지 당췌 모르겠고, 이우민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방송에 자주 등장하던 조상범(=목구라)씨는 현재 성남일화 경기장에서 아나운서를 하고 있다.

덧1.이 글은 예전에 제가 운영하던 블로그 샹그리라(http://ishinotakkyu.tistory.com)에도 게재 되어있으며, 혹시 거기서 이 글을 보시고 어 뭐여 시발 왜 같은 글 베껴왔냐..하시지 마시고 제가 쓴글이라 그냥 제가 베껴온거니 알아서들 ㄳ

댓글 2개:

  1. 고3 시절 나를 빠져들게 했던 시사대담.. 욕 느는데에는 이만한게 없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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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68. - 2008/12/01 02:50
    욕만 느는게 아님 ㅋㅋ비속어도 덩달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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