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성남과 함께한 올 한해..

사실 성남이란 팀을 좋아하게 될지는 올 2월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다.
작년에 이래저래 K리그 관련소식에 관심은 많이 가지고 보는 편이었지만, 그때도 오호 우리동네에 성남이 잘하긴 잘하지..하는 생각 말곤 내 팀이란 생각도 없고. 뭐 그랬다.
아, 아챔 경기 4강 2차전..그땐 기억난다. 형이랑 청계천 갔다가 탄천이 죠낸 시끄럽길래 저기 뭐야 뭐하는데야..하다가 후반을 봤었지 아마?그때 보고 오호 꽤나 하네..K리그 답지 않은데?이런 생각을 갖기도 했었고. 흠
그게 바뀐건 2월 어느날이었나, 중순이었지?
맨날 찌질대던 해충갤도 질리고(라는 이유보단, 아무래도 임수혁 사건때 받은 실망이 컸다고 해야되나. 여기서 찌질대더라도 사리 구분은 하는 놈들일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이제 디씨는 끊자..하고 마음먹던 와중에 아는 동생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놈과 대화를 한것도 거진 1년 만이었나..싶은데. 이것도 내가 성남을 좋아할 운명인가?)

해충질 끊었다고 하니까 놀라면서 왜 끊냐..해서 이래저래 어쩌고 저쩌고 얘기 하다가 고놈이 한말이
'형, 그럼 국축갤로 올래?'
'야..뭐 거기 재밌냐 별거 없지 않냐=_='
'형 여기 여자 존내 많아'
'뭐 그래 시발?오케이 콜'
'그나저나 지지팀은 어디할꺼 형?'
'뭐..난 수원?아니면 인천 괜찮나?'
'시발 그게 말이되?당연히 성남해야지 형 ㄷㄷㄷ 시발 장브로타 ㄷㄷㄷ 존내 아스날 축구함 ㄷㄷㄷ'

우습지만 저게 내가 성남을 지지한 이유다. 이미 지인들은 잘 알고 있을테고..
그렇게 얼토당토 않게 지지팀을 결정한 이후로 3일뒤었나? 우연히 사이트(http://www.esifc.com)에 들어갔다가 하나의 광고를 보게 된다.
일일 DJ를 모집한다는.
그렇게 또 그 일에 지원을 하게 됐고, 그때 어리버리한 내 모습을 지금 성남에서 경기운영부장으로 일하고 계시는 윤부장님이 어떻게 픽업 해주셔서 또..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지자가 된 뒤로 처음 맞이하는 경기..바로 '마계대전'이었다.
처음 놀랬던건, 수원의 서포터들의 수였고, 그 다음으로 놀랜건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적었던 우리팀 서포터수..뭐, 아나운서도 왜 저렇게 적은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마지막으로 가장 놀란건 그날 경기의 질이었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K리그에 대한 온갖 안좋은 이미지를 단번에 깰 수 있었던..뭐, 그런경기?
성남의 패스플레이나 두 용병 공격수(모따와 두두)의 공격력은 시종일관 수원을 괴롭혔고 수원도 이관우의 발끝으로 성남의 수비진을 여러차례 헤집어 놓았었다. (그 경기 보고 역시 이관우ㄷㄷㄷ 해충들이 좋아할만 하구나 관켈메 시발 ㄷㄷㄷ..이랬는데 그 이후로는 뭐..=_=, 확실히 중용되는거 같진 않더라. 제 포지션이 아니라 그런가?)
여튼 그 경기 이후로 난 성남에 매료 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렇게 까지 빠지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뒤로 성남이 홈에서 전남이나 대전같은 상대적 약체팀을 무참이 짓밟을때..그때 나에게 성남은 이전에 좋아하던 바이에른 뮌헨보다 더한, 정말 이것이 예술이다, 라고 감히 말할수 있는 축구를 보여주었었다.(뭐..다른 형님들은 아니라고 하시지만..전 그렇네요 ㄲㄲㄲ). 그때만 해도 식사마의 패스는 날카로웠으며 철의 4백은 유지되고 있었고, 비록 정성룡이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두두 조동건 모따로 이어지는 소위 두동따 라인은 K리그 전체에서 손꼽힐만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뭐, 그렇게 그렇게 포항에게 한번 지고 경남에게 똥줄경기 끝에 이기고..하다가, 예전부터 썩 좋아하지 않던 GS,(소위 서울이라고 불리는 팀. 난 그렇게 부르기는 싫다. 같은 패륜동지라도 ㄲㄲㄲ)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명성답게 온갖 치졸한 플레이로 일관했고 이 와중에서 조동건은 부상당하고 식사마는 붕대까지 매고 뛰는 투혼을 보여주었으며 손대호는 다리가 아닌 얼굴을 걷어 차이기도 했었다. 뭐, 그러다 1-0으로 질질 끌려가던 상황에서 정말 마지막 프리킥 찬스가 다가왔다. 정성룡이 킥을 차고 모든 선수들이 들어갔던 그 상황에..처음 최성국이 헤딩을 하고, 다시 김동현에게, 다시 두두에게 간 공을 두두는 정확히 모따에게 패스해 주었고, 모따는 이것을 깔끔하게 골로 연결시켰다. 그 공이 들어간 순간, 아나운서와 나는 서로가 누가 누군지도 모른채 미친듯이 열광하고 있었다. 정말, 저 더러운 놈들을 상대로 우리는 정당한 결과를 냈다고. 승리보다 더 기뻤다고 해야될까.
이후 1달간의 휴식기를 이래저래 마치고 다시 본 성남은, 역시 강했다. 대구전이나, 수원전이나, 광주전이나, 어떤 경기 할 것 없이 정말 나를 즐겁게 해 주었었다. 이때 기억나는 모따의 간지나는 중거리 슈팅이나, 깔끔한 칩샷, 수원전에서 선수들을 끌고가던 움직임등..이때 내가 본 모따의 모습은 정말 최고였었다.
이후 올림픽으로 인한 한달간의 휴식기..이 사이에 성남은 엄청난, 그러나 결과적으로 독이 되었던 선수 보강을 하게 된다. 인천에서 도재준과의 트레이드로 이정열을 데리고 오고, 메츠에서 어경준을 데리고 오고, 아랍에서 아르체를 데리고 오고..그리고 미들스보로에서 이동국을 데리고 오고.(솔직히 이름 그대로 불러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리고 나서 맞은 첫 FA컵..그때까지만 해도 경기력은 괜찮았다. 골은 안났지만(9백에서 골 넣는다면..어휴.ㄷㄷ)성남의 공격력은 꽤나 괜찮았으며, 선수들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새로 데리고 온 어경준도 한몫 해줄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하지만 여기까지가 내가 보았던 밝은 미래의 전부였다. 그 다음 경기부터 성남은 뭔가 이상해졌다.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듯 하다고 해야될까? 단지 중앙에 공격수 한명이 바뀌었을 뿐인데..식사마의 패스는 뭔가 이상했고 철의 4백이라 자처하던 수비는 자주 무너졌고, 결정적으로 공격력이..너무 무뎌졌다. 물론 노쇠화도 있었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공격에 뭔가 안맞는, 노력조차 안하는, 자기 중심적인 선수 한명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난 지금도 생각한다. 지난 GS 어웨이 전때였나?두두가 저 앞에서 달려가서 공 달라고 손짓하는데 혼자서 탭댄스 추던 그..아, 그만하자. 생각만 해도 열받는다.

뭐, 이렇게 성남의 경기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지만, 난 이미 성남과의 정이 흠뻑 든 상태였다. 어떻게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도 없는. 전반전때 그 강렬한 추억은 날 계속 경기장으로 불러 들였고, 매번 이번엔 이기겠지 이번에 이기겠지, 마치 주술이라도 외우듯이 경기장으로 향했지만 돌아오는건 뭔가 어긋난 승리.
하지만 우리가 그런 경기력을 보여줄수록 나의 애정은 식은것이 아니라 점점 단단해 져만 갔다. 두고 봐라, 우리는 이긴다, 아직까지 7성은 우리밖에 없지 않냐?등.

뭐..이제 그것도 끝이다. 어제 부로 올해 공식적인 성남경기는 모두 종료가 됐다. 물론 내 끌리는 대로 수원의 챔결을 보러 갈 수도 있고 챔결 진출권을 다투는 경기를 갈 수도 있지만..그닥 가고 싶지는 않다. 과연 내가 거기 가서 재밌게 경기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고...

농담삼아 어쩌다 내가 이런 시발 개리그를 좋아하게 되서 이런 얘기도 웃으면서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할때마다 이런 의문이 든다. 너가 그렇다고 성남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꺼냐고,
물론 내 대답은 아마 죽기 전까지는 NO일 것이다.

비록 우리의 올해는 이렇게 끝났지만, 내년엔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내가 군대를 가든 어디를 가든 상관 없이, 내년 성남은 올해보다 더 나은모습, 문제점을 많이 개선한 모습을 보여주길 그저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랑한다, 성남.


댓글 8개:

  1. 가슴이 찡하군요



    근데 국축갤로 오라던 동생은 누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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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토남 - 2008/11/25 13:18
    혁아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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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임수혁 사건 애들 어찌 된거야?



    그냥 잠수 중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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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ueshine - 2008/11/26 12:04
    거기서 주축이던 애들은 다 그만 뒀죠. 몇몇애들은 사과를 하긴 했는데 다른 애들은 뭐..=_=여튼 그 일과 관련된 애들 대다수가 해충 접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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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상혁이 네 인생을..ㄲ 근데 숨질이나 빡빡킨이니 이런애들 다시 온다는 얘기도 있던데?? 본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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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168. - 2008/11/29 18:18
    글쎄..아는 동생놈 얘기로는 초반에 완전 잠수 탔다가 후중간에 잠깐 잠깐 오다가 요새 다시 안온다데.

    한번 다시 물어봐야겠당 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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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원래 자기 팀을 정하는거는 정말 어이없는 이유로도 정하지.

    여튼 성남 올시즌 지독히 운이 업ㅂ었어.

    (만쉐노인은 나때메 부정탄다고 오지말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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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파란거북 - 2008/12/02 13:51
    물론 운도 없었지만..막판에 선수들 체력이 많이 후달렸죠 =_=

    ㄲㄲ 형님때문 아니에요 다 성남이 못한거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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