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5일 월요일

음악과 독서 - 1.

 갑자기 든 생각인데 인생에서 평생을 두고 함께 한 친구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인 친구들로만 하자면야 초등학교때부터 함께한 친구도 있고, 뭐 이래저래 몇명쯤 얼굴에 떠오르긴 하지만 막상 사람이 아닌 친구들로만 치자면 별로 없다. 남들은 술이 친구라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자전거가 자신의 친구라는 사람도 있고, 뭐, 이래저래 자신의 친구라는 이름의 취미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것이다. 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음악이 나의 친구였던것 같다. 물론 음악감상 이라는 타이틀은 말그대로 개나 소나 다 달수 있는 쉬운 타이틀이긴 하지만, 왜 그런 이름을 달았냐면, 확실히 음악을 들으면서 남과 나의 차이점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음악때문에 남들과의 차이점을 많이 느끼고, 혹은 실망도 했고, 홀로 있어보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난 음악에 미쳐있는 -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 그 시절에 대한 원망이나 후회는 전혀 없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내가 정말로 좋아했으니까. 더이상의 미련도 남지를 않는다. 오로지 이것과 함께 좀 더 오래가고 싶고, 좀 더 많이 알고 싶고, 이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생각외에는 들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것을 사랑하고 있을런지도?

 

 맨 처음에 음악이란걸 접했던 것은 아마 한참 어린시절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된다. 아버지는 어쩌면 그시대 분들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대학교때 한창 팝송을 많이 접하셨다고 한다. 뭐 지금은 클래식을 들으시지만, 내가 갓 태어났던 그때는 고등학교, 대학교때만큼이나 팝송을 많이 들으셨다. 지금도 기억나는건 신혼집과 다름없었던 그 집안의 LP판에서 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pt.2 가 흘러나오던 일이 생각난다. 교직에 종사하고 계시는 아버지께서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을 비판하는 곡을 자주 들으시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약간 신기하기까지하다. 물론 아버지는 그런것에 개의치 않고 음악을 열심히 들으셨던것 같지만. 그 덕택에 어릴때부터 Led Zeppelin이나 Beatles, Queen같은 고전음악(?)을 상당히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그 음악을 찾아보았을때 아, 이게 옛날에 들었던 그 곡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 정도로.

 

 그 후로는 나름 음악에 대한 정체기를 가졌었다. 뭐, 별로 좋아하는 음악도 없었고, 남들과 똑같이 H.O.T가 어린시절의 우상이었고, 한참 지나서는 핑클과 SES를 좋아했고, 또 새로운 그룹이 나오면 새로운 그룹이 나온다고 좋아했었고. 아, 이박사를 정말로 열심히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때까지, 이박사를 정말로 좋아했었다. 왜 그리 좋아했을까 하는 질문을 내게 던져본다면 아마도 엄청나게 신나서 그런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당시 이박사가 냈던 음반의 곡들은 아마 정말 미친듯이 달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는 랩같은 가사들이나, 그당시 한국을 풍미하던 DJ들 -가재발이나, 달파란이나.-이 참여한만큼, 아무래도 괜찮은 멜로디와 스피드들. 그러한 것들이 그당시 교우문제나, 성적문제, 그리고 부모님과의 불화(?)등, 어린나이에 가질만한 고민들을 많이 해결해주었던것 같다. 이박사를 듣고있으면 내가 살 찌고 못생겼다는 사실도, 성적은 바닥을 긴다는 사실도, 친구들이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도, 모두 잊을수 있었으니까. 아마 열심히 들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그리고 그 시절들 덕택에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열광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인물들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시절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몰랐겠지.

 

 처음으로 음악이란걸 진지하게 듣게 된게 언제부터 일까, 아마도 중2 여름인것 같다. 지금도 확실하게 기억나는건 어느 더운 여름날, 난 학원에 가기 위해서 수내역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고, 내 귀에는 아버지가 사주신 CDP에 연결된 이어폰이 꽂혀있었다. 그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는 잘 듣지도 않던 CD의 마지막트랙이 유난히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들었었는데, 왠걸, 평소에 안좋을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엄청나게 좋았었다. 미친듯한 드러밍을 시작으로, 질러대는 보컬이나, 뭐 이런저런것들이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마치 말을 타고 미친듯이 달리는 느낌이라고 해야될까, 주변의 모든 짜증나는 것들을 야구방망이로 마구 날려버리는 느낌이라고 해야될까, 일순간에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치 아드레날린이라도 맞은마냥 기분이 날아갈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대로 학원가는 것도 잊고는 미친듯이 그 노래만 계속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형에게 그 노래가 무어냐고 물어봤더니 X-JAPAN의 Blue Blood라고 답해줬었었다. 그 이후로 거진 1년동안 엑스재팬의 모든것을 알고 싶어서 날뛰었던것 같다. 주변에서 엑스재팬의 CD를 판다고 하면 얼마가 들든 사 모았었고, 그걸 위해서 얼마 되지도 않는 용돈을 미친듯이 모았었고, 인터넷을 할 수 있을땐 다른것 안하고 엑스재팬 팬 사이트에 들어가서 엑스재팬의 뮤직비디오, 가사, 라이브 같은것만 미친듯이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참 지금생각하면 우스운 얘기지만, 덩치큰 남자놈이 엑스재팬에 미쳐서 입을 헤벌리고 엑스에 관련된 이것저것을 찾던 모습을 상상해보면 꽤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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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아 쓰기 귀찮음~_~

댓글 4개:

  1. 어렸을 땐 락 음악이 좋지 ㅎㅎ 나도 메틀 밴드가 좋아서 음악 듣기 시작한거 같아~ 본조비였나 스키드로우였나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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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모든 팝송을 접했다능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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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egalo - 2010/02/15 20:19
    전 처음에 접한게 엄청 선명하게 기억이 나던데;;

    충격이 엄청 컸었나봐요 아마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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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띠용 - 2010/02/15 21:26
    어릴때 많이 듣긴 들었는데 그때는 그냥 한귀로 흘려 넘긴거 같아요 ~_~



    많이 아쉽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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