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6일 화요일

살다보면,

 가끔은 정말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울때가 있다. 우연히 열등감의 대상이었던, 친구의 미니홈피를 방문했을때 그놈이 군대를 나보다 늦게 갔다면, 왠지 모를 승리자의 느낌이 든다.(사실 전역자라면 알겠지만 군대는 왠만하면 일찍가서 일찍 전역하는 놈이 승리자다.)하지만 그놈이 평소에도 나보다 잘난데다가 군대까지 나보다 일찍갔으면 왠지 모르게 난 패배자가 된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사실 그러한 열등감은 자신에 대한 갈고 닦음으로 이겨내면 쉽겠지만, 난 그렇게 어렵고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왠만한 일은 마냥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할때가 많고, 싫어하는 사람은 마냥 싫어하는, 꽤나 단순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기때문에 아무래도 그놈을 내가 실력으로 이겨야지, 혹은 그놈보다 성공한 인간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마음만 늘 그렇다. 실제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아무짓도 하지 않고 있으니, 뭐 말 다했지.

 

 모르겠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솔직히 사람들에 대해서 꼭 열패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열패감을 느끼는 경우가 낫다. 내가 틀림없이 이사람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이사람이 다니고 있는 대학이 나보다 훨씬 낫다는 이유로 난 그 사람에 대해서 엄청난 열패감을 느끼고 나아가 자괴감을 느낀다. 대학이 인생에 밥을 먹여주는것도 아니건만 초등학교때부터 이어져온 세뇌교육 - 좋은 대학을 나와야 모든 것이 좋은것이고 결과적으로 니도 행복할것이다. 인생은 대학서열순이며 좋은 대학을 나오면 모르긴 몰라도 조금 더 행복할 것이다 - 덕택에 지금도 난 대학에 목을 메고 있다.

 

 굳이 대학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를 뺏겼다던가, 날 엿맥인 놈이 나보다 좋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던가, 혹은 그저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나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엄청난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이런경우는 막상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 지금이라도 실행할 수 있는 노력에 의해서 좀 더 나아질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그러지는 않았던것 같다. 먹는걸 줄인다던가, 혹은 쓸데없이 쓰는 돈을 줄인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난 좀 더 나아질수 있었고, 그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었지만 난 그러한 길을 선택하는 대신에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한, 포기하는 편을 선택했다. 그게 좀 더 편하고, 난 쉽게 그들을 저주할 수 있으니까.

 

  그들은 날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고 있음이 틀림없는데 홀로 쓸데없는 패배감에 빠져서 난 이들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계속 가졌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면 가질수록 어느샌가 난 그들과 마음의 벽을 한참이나 쌓고 저들은 나와 다른 종족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이 나누는 말은 틀림없이 한국말인데 내게는 아마존 어느쪽 종족이 쓰는 말 만큼이나 거리가 멀었고 그들은 우리집에서 멀어봐야 2시간의 거리 안에 살고 있었는데 그들과 나의 마음의 거리는 한 2만광년은 되는것처럼 멀었다. 그러한 열패감과 열등감에 쌓여있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런 열등감은 없어졌지만 돌이켜 생각해 봤을때 이제는 너무 먼 길을 가버린것 같다. 오로지 열등감 만으로 그 먼 길을 난 개척해버린것 같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열심히 살텐데, 지금이라도 사회로 나온다면 있는 힘을 다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텐데, 하는 후회를 하루에 수천, 수만번도 하지만 그런다고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후회가 쓸모 없다고 해서 안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거듭된 후회만이 날 더 강하게 만들거라고 믿기 때문에.

 

요새 잘 듣는 곡 / Sound Provider - Braggin' and Boasting

 

댓글 2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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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onymous - 2010/02/21 20:31
    모든 대학에 열폭을 느끼는것보다는 한 3만배는 낫지 ㅋㅋ



    난 나보다 높은 대학에 열등감을 느끼니 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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