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0일 화요일

시골가요.

 딱히 시골이라 뭉뚱그리긴 좀 그렇지만.
창원-진주-거창을 거쳐서 집으로 가는 여정. 가는길 중간중간에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산소도 들릴예정. 아무리 인생이 막장이라도 입대전에 조상님들께 인사는 하고 가는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금요일날 귀환 예정이구요, 가는곳에 인터넷이 깔려있을지 안깔려있을지 조차도 미지수라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당분간 안녕~

2009년 2월 8일 일요일

용산역.

 어제 근형님께 책 드리고 가는 길에 운 좋게 형님 차를 얻어탈 수가 있었다. 용산에 컴퓨터 사러 가신다길래 거기까지 가서 돌잔치에 가야겠다 싶어서 같이 갔었다. 내려서 홀로 컴퓨터 상가와 아이파크 몰을 거쳐 버스를 타러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파크 몰에서 길을 건너 가는 길에 보니 뭔가 빨간 불빛이 아른거리는 듯 했다. 뭐지, 하는 마음에 봤더니..그곳은 다름아닌 창녀촌이었다. 동대문서였나, 어디 서장이 장안동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과정에서 성매매 단속 시너지를 일으켜 대부분의 창녀촌이 문을 닫은 줄 알았더니 그곳은 왠일인지 살아있었다. 평소에 여기에 그러한 곳이 있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내 눈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뭔가 신기하다는 감정보다는, 소름이 끼치고 기분이 더러웠다. 소위 몸파는 직업여성들에 대한 더러움과 같은 감정이 아닌 뭔가 잘못 되었다 싶은 이 사회에 관한 감정이었다. 틀림없이 길 건너, 아니 굳이 길을 건널 필요도 없이 그곳에서 역쪽만 바라보아도 거대한 아이파크몰이 버티고 있었고, 그곳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선 일반인(?)들이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길을 가고 있었다.

 

 저 화려한 아이파크 몰, 그리고 조금만 길을 가면 널려있는 고층 빌딩들, 아무일도 없는 양 행복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그 이면, 어두운 곳에는 저 건너편에서 길을 가고 있는 아가씨들과 아무런 차이도 없는 직업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들이 몸을 파는 곳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아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걷고있었다.

 

 물론 직업여성중에도 자신이 원해서 파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도 얼핏 듣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직업여성들은 인생 최후의 보루에 몰려서 어쩔수 없이 자신의 몸을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곳과 으리으리한 건물들이라니. 왠지 현재 한국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듯 하여 기분이 많이 씁쓸했다.

 

 덧.용산역에서 좀만 더 내려갔더니 참사의 현장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더욱 씁쓸했다.

2009년 2월 7일 토요일

Patti Austin-Say You Love Me


  원래 내가 들으려고 들은 노래는 아니었다. 아는 동생놈이 배경음악을 이걸로 하나만 사달라고 하길래 사주고는 도대체 무슨 노랜가 싶어서 들어보러 갔는데 노래가 꽤나 괜찮았다. 노래 가사는 밝고 괜찮은데 노래가 좀 우울하다고 해야되나, 전형적인 R&B라고 해야되나, 여튼, 참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동시에 사람을 많이 우울하게 만들 수 있는 노래 같다.

 개인적으로 중간에 나오는 휘파람 소리를 되게 좋아한다. 왠지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안정되는 한편 어딘가 우울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될까.
 
 노래를 부른 Patti Austin이란 사람에 대해서 찾아보니 뭐 별다른 말은 없는듯 했다. 특이사항은 할렘가에서 태어났고, 존 트라볼타 같은 사람이랑 영화도 찍고, 자넷 잭슨, 마이클 잭슨이랑도 같이 노래부르고, 등등? 아, 위장절제술을 받아서 살을 빼느라 5년동안 칩거했다는 얘기도 조금 인상깊었다.

2009년 2월 5일 목요일

아내가 결혼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상당히 주의깊게 읽어서 이게 개봉하면 꼭 영화관에 가서 봐야지! 했는데, 수능끝나고 이것 저것 한답시고 정작 영화관에선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새벽 2시 반까지 집에 앉아서 봤다.
 
 스토리는 다들 알 것이다.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 한명이, 한사람과 결혼하고 한사람과 결혼하는, 뭐 그런?
개인적으로 영화는 참 재밌게 봤다. 인아역의 손예진이나, 덕훈역의 김주혁이나, 둘다 소설속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들이었다. 아내의 2번째 남편도 역시 그랬고. 개인적으로 소설을 영화화 한 영화는 왠만하면 소설의 재미를 망치지 않거나 지나치게 원작을 왜곡하지 않았으면 싶은데, 이 영화는 그 기준에 미뤄 봤을때 꽤나 잘나온 영화이다. 소설의 스토리와는 거의 다를바가 없는(물론 마지막에 친자확인서를 돌잔치때 던져버리는건 단지 덕훈의 상상으로만 끝나는 이야기긴 하지만, 그리고 원래 마지막에 한국에 돌아온 인아와, 인아의 2번째 남편과 같이 뉴질랜드로 떠난다.)내용도 좋았고, 아까전에 말했던 적절한 캐스팅도 좋았고.
 
 영화나, 소설이나, 워낙에 센세이셔널 했던 작품들이니까 그것에 관해서는 여기까지만 말하도록 하겠다. 정작 말하고 싶은건 내가 영화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바로 ' 내가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것이다. 물론 인아라는 캐릭터는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서 정말 말그대로 해태나 유니콘 마냥 상상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인물이긴 하지만, 만약에 내게 그런 일이 닥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홀로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부모님도 모르고, 정작 그녀와 나, 그리고 그 남자 오로지 셋이서만 비밀을 공유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해서 그런것 아닐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게 덕훈보다는 오히려 인아 쪽에 맞아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소설을 봤을때 인아가 과거의 예를 들면서 일부일처제를 비판하던 페이지를 상당히 유심히 읽어서 그런지, 왠지 참을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너무 사랑하는데, 그녀는 다른 남자도 같이 사랑한다 그러고, 그런데, 그녀가 누구에게나 잘하고, 싹싹하고, 모두가 마음에 들어한다면? 그리고, 나도 질투는 나지만 그녀를 버릴수 없다면?

 물론 난 아직 연애를 못해봐서 덕훈의 감정을 제대로 못 느낄지도 모른다. 솔직히, 사랑하던 사람이 뭐만 한다고 해도 가슴이 철렁 하곤 했던게 나였으니까. 작은 움직임 하나에 긴장하고 작은 표현에 좋아하고, 등등. 근데 그런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랑 결혼한다고 말하면? 음, 무슨일을 하는지 굳이 상상하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참을 수 있을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왠지 영화는 덕훈을 바보로 만드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의 두번째 남편이 피임했다고 말했던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겠는가. 끝까지 찌질하게 굴었던 자신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오르지 않았을까.

 에이 모르겠다. 손예진 같은 여친도 필요없고 그냥 여친이나 생겨야지 이 영화를 더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거 같다.

2009년 2월 4일 수요일

난 화가 난다.

http://cynews.cyworld.com/Service/news/ShellView.asp?LinkID=740&articleID=2009020414000610158&sid=168

 

 기사도 그렇고, 리플도 그렇고.

 

 이 대한민국에선 세계최초, 혹은 민족주의를 내세우면 뭐든지 만사 OK인가. 아직까지도 사기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리도 많은가. 사기꾼이 경제일으켜 세운다고 해서 뽑았다가 사기당한게 언제라고 지금도 사기꾼을 이다지도 사랑하는가.

 

 몇번을 말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황우석은 사기꾼이며, 마지막엔 죄없는 자기 제자들 내세워서 어떻게든 자기에게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보려 했던 치졸한 인간이다. 그런 인간을 아직도 사랑한다는건, 혹은 아직도 굳게 믿고 있다는건 대한민국 사람들의 일종의 열등의식을 나타내는 모습 아닌가 싶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것에 목이 메어있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에 목이 메어있고.

 

 줄기세포 개발에 대해서 반대하고 싶은 마음은 일절 없다. 정부에서 내세운 청사진대로 난자를 구하고 실험을 한다면 누가 말리랴. 내가 짜증이 나는건 아직까지도 사기꾼에 대해서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소위 세계 11위 경제대국 대한민국 사람들의 의식수준이다.

 

 굳이 사기친것만 내세우지 않아도 대한민국엔 세계최고를 내세울만한건 얼마든지 있다. 정신나간 민족주의자들은 이딴거에 신경쓰지 말고 차라리 그런거에나 많이 관심 가져줘라.

 

 

2009년 2월 3일 화요일

왠지

 글이 잘 안써집니다.

 한자 한자 고민하고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며 문장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점점 어려워 지고 있습니다.
 
 맨날 놀아서 그런가.

 당분간은 음악만 올려볼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2009년 2월 1일 일요일

버스와 관련된 단상

1. 밤에 수원역에서 약속이 있어서 성남에서 수원으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모란시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에는 술에 취했는지 뭐에 취했는지는 모르는 아저씨가 핏기없는 얼굴의 젊은이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 상태가 안좋으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웃으면서 넘어가려 했다. 뭐 좀 시간이 지나니 그 뒤에 어떤 아저씨가 줄인줄 알고 서있었다. 뭐 거기까진 좋았다. 근데 갑자기 상태가 안좋으신 아저씨가 마구 나무로 달려가더니 나무를 마구 껴안는 것이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라도 만난양. 그때서야 내 코에는 저 아저씨의 술냄새가 감지되었고, 난 저 아저씨가 취했다는 사실을 아주 뒤늦게 깨달았다. 근데 그 뒤에 서있던 아저씨는 뭐 남는게 있다고 그 자리에서 얼쩡거렸다. 왠지 이 아저씨가 새치기 할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듬과 동시에 버스가 왔고, 아니나 다를까. 그때까지 나무에게 열렬히 애정표현을 하던 아저씨는 언제 그랬냐는듯 잽싸게 버스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그 아저씨 뒤에서 어정쩡하게 있던 아저씨는 세상에서 두번다시는 보기 싫은 미소를 지으며(마치 왜 이래, 다 아는 사람들끼리..하는 표정? 여튼 역겨운 표정.)나와 내 앞에 청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 아저씨가 버스카드를 찍을때 아나 매너는 어디다 팔아먹고 왔나..하고 다 들리게 중얼거렸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 아저씨는 세상 모든것들을 다 얻은 표정으로 버스안에 앉아서 마냥 자더군.

 정말 나이 처먹고 공중도덕의 ㄱ 자도 모르는 사람들 보면 어렸을때 가정교육을 어찌 받았나 싶다. 뭐 나무에게 애정표현 하던 아저씨는 갑작스레 귀소본능이 발휘되 그랬다고 쳐도, 그 옆에서 정말 역겨운 표정으로 웃으며 새치기 하던 아저씨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그렇게 나잇살 처먹고 새파랗게 어린놈의 새끼한테 그딴말 들어도 목적을 달성했으니 기분은 참 좋은가보다.

 2. 늦은 시간 약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양재역에서 버스를 갈아탔다. 한 정거장쯤 지났을까, 마치 로맨스 그레이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얼굴을 지닌 할아버지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생김새가 정말 푸근한 산장 주인같이 생겨서 집에 돌아가는 길은 편하게 갈 수 있겠나 싶었는데, 앉자마자 버스 기사 새끼들은 싸가지가 없다느니 뭐가 어쨌다느니 계속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거다. 그러면서 자기 정해진 자리 안 지키고 자꾸 내 옆으로 영역확장을 하려고 탁탁 부딫히는데 나도 덩치가 있으니 그런게 싫은지라 나 역시 버팅겼다. 그 할아버지는 자꾸 혼자서 뭐라 중얼거리고 이상한 손짓을 하면서 헤헤 혼자 웃다가도 다시 쌍욕에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해대고..그 와중에도 개도 아니고 영역 확장의 본능은 살아있는지 자꾸 내 옆을 툭툭 밀친다. 전화 제대로 받는거 보면 비정상은 아닌거 같은데, 술냄새도 안나고 오히려 좋은 스킨향이 나는걸로 봐서는 멀쩡한게 확실한데, 도대체 왜 그런걸까.

 이 세상에 정말 로맨스 그레이란 없는 것일까. 슬프다.

덧. 글을 쓰다가 귀찮아서 문자인지 뭔지 모를 것을 받지를 않았는데, 확인해보니 국제전화다.
망할.